요즘처럼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친 적이 있었을까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겠다”고 말한 날, 뉴욕증시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증시까지 줄줄이 폭락했습니다. 실제로 관세가 발효된 하루에만 960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어요.
관세가 오르면 상품 가격이 오르고, 그만큼 소비가 줄어드니 기업 실적도 나빠지고…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트럼프는 때론 “유예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해 예측불가의 정치인으로 불리고 있죠. 그런데 그의 이런 전략이, 사실은 아주 정밀한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믿으시겠어요?
그 중심에 있는 ‘미란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백악관 입성 전 투자회사 재직 시절 작성한 42쪽 분량의 보고서, 바로 ‘미란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어요.
정식 명칭은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제목 그대로, 글로벌 무역 질서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자는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 보고서에 깊이 감명받아, 미란을 경제 브레인으로 직접 기용했고, 그의 정책 방향도 이 보고서에 기반을 두게 되었어요.
기축통화가 가져온 미국의 딜레마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입니다. 이는 곧, 전 세계에서 통하는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강력한 경제적 무기죠. 달러 덕분에 미국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금융 중심지 뉴욕의 입지를 다졌어요.
하지만 미란 보고서는 여기에 큰 부작용이 숨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 세계가 달러를 원하다 보니, 달러 가치는 계속 올라가고(강달러), 그 결과 미국 제품은 비싸져서 잘 팔리지 않게 되죠. 반대로 외국 제품은 싸고 잘 팔리니, 자연스럽게 무역적자가 발생합니다.
무역적자가 미국을 무너뜨린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제조업입니다. 수출이 줄고, 싸게 수입되는 해외 제품에 밀려 미국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되죠. 미란 보고서는 이를 국가 안보의 위기로까지 해석합니다. 군수물자나 의약품조차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유사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관세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게 미란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트럼프가 세계를 놀라게 하며 관세 폭탄을 던진 배경에는 이런 논리가 숨어 있었던 거예요.
100년 무이자 국채까지? 현실이 된 깡패경제
더 놀라운 건 미란 보고서의 추가 제안입니다. 바로 100년 만기, 무이자 미국 국채를 동맹국에게 판매하자는 것이죠. 말 그대로 “이자 없이 100년간 돈을 빌리겠다”는 미국식 금융 전략입니다.
한국이 미국 국채를 사면서도 이자 한 푼 못 받는다면, 과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제안은 현재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트럼프식 외교와 경제정책을 감안할 때 현실화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계속 간다
트럼프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미란 보고서에 기반한 철학은 분명 존재합니다.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고, 세계 무역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그의 비전은 결코 즉흥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 대선 무대의 유력 주자로, 또 한 번의 ‘고관세 쇼크’를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그의 정책을 단순한 퍼포먼스로만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과 논리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할 때입니다.
💬 마무리하며: 트럼프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트럼프는 분명히 세계 질서를 흔드는 강력한 변수입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축통화의 역설, 세계 무역의 불균형이라는 뿌리 깊은 구조에서 태어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미란 보고서’는 그런 세계의 숨겨진 퍼즐을 보여줍니다. 이제 트럼프를 이해하는 것이 단지 한 사람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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